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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시 판

작성자 yunice
작성일 2015-05-04 (월) 11:11
ㆍ추천: 0  ㆍ조회: 929      
IP: 24.xxx.106
김활란 총장님이 웃지 않으신 이유

김활란 총장님이 웃지 않으신 이유
윤 경 남

   이화대학 3학년이 되던 1956년 봄, 본관 파이퍼 홀에서 영학회 행사가 열렸다.
나는 오 헨리의 단편소설 <백작과 결혼식 손님>을 번역해서 발표하게 되었다.
나영균 교수님께 작품 선정과 번역문 까지 감수 받은 터라 자신있게 낭독을 했다.
아담한 소강당은 영문과 뿐만 아니라 다른 과의 학생들도 참석해서 방안이 붐비었다.
내 차례가 되어 가벼운 마음으로<백작과 결혼식 손님>을 낭독했다.

--검은 상복에 한껏 우수에 잠긴 듯한 아름다운 여인에게 앤디가 말을 걸었다.
“콘웨이양, 아주 맑고 아름다운 밤이지요?”
기상청에서 그가 터무니 없이 지껄이는 날씨 이야기를 들었더라면, 네모난 하얀 비상 깃발을 깃대에 잡아매어 끌어 올렸으리라.

“ 그런 밤을 즐기고 싶은 애인들이나 좋아하라지요, 뭐.”  매기 콘웨이양이 한숨을 내 쉬며 말했다.
앤디는 마음 속으로 이 좋은 날씨에 대고 타박을 했다. 눈치도 없는 날씨 같으니라구! 매기의 기분을 풀어 줄 만큼 우박이 쏟아지던지, 찬 바람이 불고 눈이 내리거나 할 일이지.

(매기의 약혼자는 이탈리아 부호 백작인데 얼마전 결혼 직전에 곤돌라 사고로 익사했다고 털어놓는다.
그리고는 목에 건 라켓을 열어 죽은 약혼자의 사진을 보여준다. )

“여성들이여, 이제 여러분들이 한 남성의 마음을 매혹시키려면, 여러분들의 마음은 모두 어떤 친구의 무덤 속에 가 있노라고 말씀하십시오. 젊은 남자들은 필경 무덤 도둑이 되고 말테지만 말씀이에요. 어떤 미망인이든 붙잡고 한 번 물어보세요. 프랑스 비단옷을 입고 눈물 짓는 천사들에게 필요한 일들이 틀림없이 있을테니까요. 그러고보면 죽은 사람들만 사방에서 제일 나쁜 소리만 얻어듣게 되는군요.”

(급속도로 가까와진 두 사람은 약혼을 하고 결혼 청첩장을 돌린다. 그러나 라켓 속의 약혼자가 가공인물임이 들통난다. 매기의 검은 상복 연극이 끝날 무렵 매기가 앤디에게 말한다.)

“앤디,” 매기는 충분히 용서를 다 받았다는 안도감으로 계면쩍은 미소를 지으며 그를 불렀다. “그 백작이야기를 전부 곧이 들으셨나요?”
“글쎄요, 전적으로 믿진 않았지요.” 앤디가 담배갑을 열면서 말했다.
“왜냐하면 당신이 목에 걸고 다니는 라켓 속에 든 사진은 바로 우리 결혼식에 꼭 초대하려고 한 손님, 빅 마이크 설리반의 사진이었단 말씀이에요.”--

오 헨리의 특성인 반전기법이 거듭되는 이 마지막 대목을 읽었을 때 학생들은 내가 자리에 돌아와 앉을 때까지 깔깔거리며 박수를 쳤다.

다음날은 교수님들과 임직원들 앞에서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김활란 총장님이 제일 앞자리 가운데에 앉으셨다. <백작과 결혼식 손님>을 낭독하자, 대견하게 여기고 미소라도 지으실 줄 알았다.
그런데 그 재미있는 이야기를 다 읽도록 김활란 총장님은 내 얼굴만 물끄러미 쳐다보고 계셨다.
아니면 한심하다는 듯 뜻 모를 미묘한 표정에 박수나 해주셨는지 생각도 안난다. 그날 이후로 당혹감과 낭패감 마저 느끼며 지내왔다.

그런데 오늘에서야 그 이유를 너무나 늦게 깨달았다.
요즘 남편 민장로와 나는 국사편찬위원회가 펴낸 <윤치호영문일기> 총11권 읽기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나는 그 중에 제4권을 <민영환과 윤치호, 러시아에 가다>라는 제목으로 번역해서 출판준비 중 이다.
그런데 남편이 읽고 있던 마지막 제11권(1938-1943년)에는, 절박한 위기에 몰린 이화여전을 살리기위해
김활란 총장이 이화재단 이사인 윤치호선생을 친정아버지 같이 여기며 자주 찾아가 도움을 청하는 이야기가 생생하게 나온다.

1938년 당시 일본은 연희전문학교와 이화여전 등 기독교 학교를 없애려고 혈안이 되어 연희전문 학감이던 유억겸 외에 이춘호, 정광현, 홍병선, 정춘수 등 교육계 와 YMCA 인사 30여명을 구속하는 한편 윤치호 선생을 협박하며 회유하고 있었다. 드디어 윤치호 선생은    흥업구락부 건으로 구속된 이들의 석방과 학교를 살리는 조건부로 일본에 협력하기로 약속하게 된다.

누가 그 당시의 급박한 상항-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민주독립의 한 방편이며 일루의 희망이던 교육의 운명을 좌우하는 상항에서 결단한 일들을 친일파로 몰아부칠 수가 있는지 자성해봐야한다.
그 당시 민주교육의 체제와 역사가 일제에 함몰되었다면, 지금의 이화대학이나 연희대학은 존재하지도 않았음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미나미 총독이 직접 제안한 중추의원 자리도 거부했던 윤치호 선생을 일제에 굴복하도록 공작을 꾸민 가롯 유다와 같은 측근의 이야기도 ‘윤치호일기’에 자세하게 기록했다. 그 인물에 대하여는 언젠가 역사가 밝혀줄 날이 있으리라 믿는다.

그로부터 20 여년의 세월이 흐르고 이화대학 영학회에서 윤치호 선생의 후손이 발표하고 있는 자리에, 총장님은 그 당시를 회상하며   착잡한 표정만 띄운 채 웃지않고 앉아 계셨던 것이란 생각이 이제사 마음에 짚여왔다.

지금쯤 우리 이화여자대학교 마당에 지천으로 피어있을 하얀 목련화의 고고한 모습이 우리 이화를 희생적으로 사랑하시던                김활란 총장님의 청초한 모습처럼 아련히 떠오른다. 그 때 서운했던 마음도 많이 가시고 있다.
(2014.5.3.캐나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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