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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dmin
작성일 2012-02-20 (월) 22:18
ㆍ추천: 0  ㆍ조회: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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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외교관 '박동순 버전'의 聖經 (조선일보 2012.1.14)
 
[Why] 괴짜 외교관 '박동순 버전'의 聖經 기대하시라


김윤덕 기자 이메일
sion@chosun.com

이스라엘 대사 땐 히브리大서 정식 강좌로 한국문화 강의
섹스스캔들 클린턴 前 대통령에 유대 랍비 명상록 보내 "위안 받았다" 답장 받기도…
은퇴 후 8년째 성경에 매달려 "외교관 생활 후 가장 큰 즐거움"
초대 이스라엘 대사였던 박동순(77)씨는 외교가에서 괴짜로 소문났다. 365일 태극기를 집에다 걸고 사는 그는, 쿠웨이트 참사관 시절 세계청소년축구대회가 열렸는데 길가 전신주에 태극기가 보이지 않자 밤새 태극기를 그려서는 전신주마다 꽂고 다녔다. 이스라엘 대사 시절에는 예루살렘 히브리대학에서 정식 교양강좌로 한국 문화를 강의해 화제가 됐고, 필리핀 대사 시절엔 자신이 번역한 유대 랍비의 명상록 '빈의자'를 섹스 스캔들로 위기에 몰린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보내 "위안받았다"는 답장을 받기도 했다.

팔순을 코앞에 둔 요즘도 박씨는 새벽부터 바쁘다. 우리말 성경을 새로 번역하고 있다. 벌써 8년째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아내는 "첫 한글 성경이 나온 이래 150여년 동안 아무 탈 없이 1000만 기독교인에게 읽혀온 성경책을 왜 다시 번역하느라 사서 고생이냐"며 핀잔을 주지만, 그의 생각은 다르다. "성경은 근본적으로 이야기, 내레이션인데 현재 우리가 읽고 있는 한글 성경은 이러한 문학성, 매력을 모두 무시하고 있습니다. 고린도전서 같은 것은 사도 바울의 서신인데 편지글 맛이 전혀 안 나고, 시편도 시적인 운치가 거의 느껴지지 않아요."



성경책이 너덜너덜해지도록 매일 8시간씩 번역 작업을 한다는 박동순전 대사. “41년 외교관 생활 이후 가장 큰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박 전(前) 대사의 첫째 불만은 '하시니' '할지니라' '하였더라' 같은 고어체를 그대로 쓰고 있는 점이다. 게다가 문장을 끊어야 할 곳을 끊지 않고 '하되' '하시니' '하려니와' 같은 접속사로 이어가니 숨이 차고 도통 무슨 말인지 이해되지 않는다. "주어가 없는 경우도 태반이지요. 하나님이 말씀하신 건지, 카인이 말한 건지 헷갈린단 말입니다." 그는 창세기 5장을 예로 들었다. '여호와가 카인에게 이르시되 네 아우 아벨이 어디 있느냐 그가 이르되 내가 알지 못하나이다 내가 내 아우를 지키는 자이니이까 이르시되 네가 무엇을 하였느냐 네 아우의 핏소리가 땅에서부터 내게 호소하느니라…'. 현대어, 쉬운 우리말로 번역한 성경도 있지만 "그건 너무 풀어놔서 오리지널의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이야기의 컨텍스트(context), 즉 맥락 없이 성경 말씀을 한 구절 한 구절 쪼개놓은 것도 못마땅하다. "패러그래프(paragraph) 없이 모든 절을 행갈이 해놨지요. 성경을 토막토막 읽는 셈이니 이야기의 흐름이 끊기지 않습니까. 우리 기독교인들이 무시당하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니까요."

히브리 원어 성경 1권, 영어 성경 4권, 일본어 성경 1권, 프랑스어 성경 1권을 비교해가며 작업해온 그는, 현재 구약·신약 전권의 재번역을 완료한 상태. 장마다 주석 다는 일을 마치면 '박동순 버전'의 성경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된다. "대한성서공회 버전의 개정 개역 성경이 거의 독보적으로 읽히는데, 저와 같은 새로운 시도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영어 성경만 해도 킹 제임스, 아메리칸 스탠더드, 잉글리시 스탠더드 등 7~8가지 해석 버전이 있지 않습니까?"

박씨는 한국에서 성경 인기가 쇠퇴한 원인도 번역에 있다고 본다. "성경은 그 시대 보통 사람이 읽을 수 있는 말로 쓰여야 합니다. 외국인 선교사들이 들어와 어색한 말투로 번역한 성경을 오리지널을 지킨다는 이유로 고집하는 것은 대중에게 외면당하기 십상이지요. 죽은 말씀, 박제된 말씀이 됩니다." 참고로 박동순 전 대사는,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린 고전 중 하나인 토머스 아켐피스의 '그리스도를 본받아'를 라틴어 원문을 가지고 번역해 스테디셀러로 만든 주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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