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무궁화꽃 Rose of Shar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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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무궁화꽃 Rose of Sharon
글&사진 유니스 윤경남
무궁화삼천리Rose of Sharon,James Garden |
우리의 쉼터였던 제임스기념정자 옆엔 여전히 큰 무궁화 나무에 분홍빛 꽃들이 한창 피고 지고 있었다. 어딘가 좀 야윈듯한 노후의 모습이지만 튼튼한 뿌리를 자랑하는 듯 서있다.
우리가 토론토에 정착하면서 이 공원을 찾아왔던 첫날이 생각난다. 시냇물이 작은 폭포소리를 내는 반달형 다리 아래 연못을 내려다 보며 큰 마당에 들어서자 남편과 나는 깜짝 놀라 걸음을 멈추었다. 누가, 언제, 이 아름다운 동산 한 가운데에 우리나라 꽃, 무궁화-Rose of Sharon을 심어놓았단 말인가?
한 걸음에 달려가 보니, 중앙 화단의 남쪽과 북쪽에 25그루씩 우리 키만 한 분홍빛과 흰빛 무궁화를 심고 그 발치엔 이 꽃나무를 기증한 이상온 할머니의 갸륵한 뜻이 무궁화사모회 운동의 하나로 적혀 있었다.
고향에 다시 돌아온듯한 기쁨이 일렁거리며 사진을 무작정 찍었다. 평화의 왕 같은 흰 무궁화의 고고함에 질 세라 분홍빛으로 성장한 무궁화가 행복의 여왕다운 미소를 짓고 있다. 무턱대고 행복하기만 한 이 무궁화 동산 옆으로 오리들도 산책을 즐기고 있고…
북쪽에 서 있는 분홍빛 샤론이 힘차게 옆에 붙어 서 있는 흰 무궁화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더니, 이젠 좀 쉬겠다는 듯 꽃 판이 이즈러지기도 한다.
이젠 잠든 듯 쉬는 듯한 꽃봉오리들을 따 주다가, 우리가 다니는 St Giles Kingsway교회 앞에 핀 하얀 무궁화 생각이 나서 그리로 달려갔다. 우리교회의 샌드라 장로가 여러 해 전에 교회 앞 뜰에 작은 무궁화나무를 심으면서, 키가 작지만 꽃을 잘 피울 뿐만 아니라, 분홍 꽃과 흰 꽃이 함께 핀다는 것이었다. 좀 의심스러웠지만 심은 정성을 생각해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결국 흰 꽃만 피었다. 지난 주일 교회에 처음 나가서 교인들의 환호 속에 벅찬 재회의 기쁨을 나누면서도 하얀 무궁화가 둥그렇게 잘 자란 것이 눈에 들어와 더욱 짜릿한 쾌감에 젖었다.
무궁화의 영어 이름은 Rose of Sharon이고 학명은 Hybyscus Syriacus Linnaecus로, 린나에라는 식물학자가 시리아에서 발견한 히비스신을 닮은듯 아름다운 꽃에 붙인 이름이란다.
이스라엘 땅, 갈멜 산 남쪽 언덕에 펼쳐 있는 샤론이라는 평야에 가득 피어 그리스도의 향기를 온 세상에 전하는 순결한 무궁화 꽃이 우리나라 꽃임에 더욱 자랑스러워, 제임스 가든 한 복판에 있는 우리 무궁화 동산에서 한 나절을 즐겁게 보내고 돌아왔다.
캐나다 한국일보 2009.8.9.
산드라장로가 심은 Rose of Sharon,St.Giles 장로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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